저는 여러 스타트업과 파트타임으로 협업하며 기술 자문과 개발, 구조 설계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일의 양보다 지속 가능한 방식, 속도보다 일의 리듬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래 기준이 맞지 않는다고 해서 누군가의 방식이 틀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이 기준은 앞으로 내가 협업을 선택할 때 지키고자 하는 최소한의 전제입니다.
예외에 대하여
물론 예외 상황은 존재합니다. 모든 일에는 변수와 돌발 상황이 있고, 때로는 계획하지 않은 대응이 필요한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는 말 그대로 예외여야 합니다. 예외가 반복되어 구조가 되고, "어쩔 수 없어요"라는 말로 일이 그렇게 흘러가게 만드는 시스템이라면, 그 협업은 어렵습니다.
협업 기준
실시간 대응을 전제로 한 협업은 어렵습니다.
언제든지 연락하면 즉시 응답하고 바로 처리해주길 기대하는 방식과는 맞지 않습니다. "저희 업은 어쩔 수 없어요"라는 이유로 상시 대응이 구조화되어 있다면, 그것은 예외가 아니라 시스템입니다.
요청은 판단이 아니라 방향으로 전달되어야 합니다.
"이건 아닌 것 같아요"보다 "이렇게 해주면 좋겠습니다"라는 형태의 요청을 선호합니다. 정리되지 않은 피드백은 속도를 높이지 않고, 소통 비용만 증가시킵니다.
역할과 책임 범위가 명확해야 합니다.
기술 자문인지, 설계인지, 실행까지 포함되는지에 대한 합의 없이 시작되는 협업은 결국 기대를 어긋나게 만듭니다. 역할이 흐릿해질수록 리듬은 먼저 무너집니다.
속도보다 방향이 먼저 공유되어야 합니다.
"일단 해주세요"라는 요청으로 시작하는 일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먼저 있을 때, 속도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일의 리듬에 대한 선택권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저는 주말이나 야간에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닙니다. 필요하다면 스스로 선택해서 그 시간에 일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선택이 내가 아니라 구조나 상대의 기대에 의해 강제되는 순간입니다. 선택된 몰입은 에너지가 되지만, 강제된 몰입은 소모가 됩니다.
이 기준들은 일을 덜 하기 위한 조건이 아닙니다.
더 오래, 더 밀도 있게 일하기 위한 전제입니다.
이 기준에 공감하신다면, 협업은 훨씬 명확하고 편안해질 것입니다. 방식이 다르다면, 서로에게 더 잘 맞는 다른 파트너를 찾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