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에이전트 vs 상대 에이전트
자동 협상과 동적 가격의 시대. 사는 쪽도, 파는 쪽도 기계가 흥정할 때 — 사람은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설계해야 하는가.
관점 · 2026.09 · 글 고승원
00 · 0.85 seconds
흥정은 사람이 눈을 깜빡이기 전에 끝난다
구매 담당자가 아침에 한 줄을 남긴다. “노트북 20대, 다음 주까지, 대당 145만 원 넘지 않게.” 그리고 회의에 들어간다. 그 사이 그의 구매 에이전트는 판매자 몇 곳의 에이전트와 동시에 말을 튼다. 수량 할인 규칙을 읽고, 선결제 조건을 제시하고, 다른 판매자의 오퍼를 지렛대로 쓴다. 한 판매자와의 대화는 1초도 걸리지 않는다. 회의가 끝났을 때 발주는 이미 나가 있다.
반대편도 마찬가지다. 판매자는 가격표를 붙이는 대신 판매 에이전트에게 규칙과 재량을 준다. 가격은 더 이상 ‘붙어 있는 숫자’가 아니라 ‘두 기계가 합의한 결과’가 된다. 이 장면은 아직 일상이 아니다. 그러나 그 부품은 이미 대부분 존재한다.
이 시리즈의 앞선 글들이 ‘2+1’ 같은 심리 가격이 에이전트에게 통하지 않는 이유와 에이전트가 무엇을 근거로 고르는지를 물었다면, 이 글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가격이 고정되지 않고 협상될 때, 그리고 협상 상대마저 기계일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01 · A two-sided agent market
무엇이 이미 있고, 무엇이 아직 가설인가
과장부터 걷어내자. ‘에이전트끼리 흥정하는 시장’은 오늘의 현실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두 흐름 — 알고리즘 동적 가격과 한쪽이 기계인 자동 협상 — 이 만나는 지점에 대한 전망이다. 구분해서 봐야 대비도 정확해진다.
실시간 동적 가격
항공권·호텔·차량 호출·온라인 마켓의 가격은 이미 알고리즘이 수요·재고·경쟁가에 맞춰 수시로 바꾼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한쪽만 기계인 자동 협상
대기업 구매 부서는 이미 챗봇형 협상 소프트웨어로 다수의 공급사와 조건을 자동 협상한다. 상대편은 대개 사람이다.
양쪽 모두 기계인 협상
소비자와 기업 구매자가 각자의 에이전트에게 위임하고, 판매자도 에이전트로 응대하는 구조. 연구실 시뮬레이션과 초기 실험 단계다.
협상 규약의 표준화
에이전트끼리 제안·역제안·조건을 주고받는 공통 형식. 에이전트 간 통신·결제 규약이 논의되고 있지만, 흥정 자체의 표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가격표의 시대에 판매자는 숫자 하나를 정했다. 협상의 시대에 판매자는 숫자가 움직이는 규칙을 정한다.
02 · Negotiation, the minimum theory
세 단어면 협상의 뼈대가 보인다
에이전트가 협상한다고 협상의 원리가 바뀌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계는 교과서의 개념을 문자 그대로 실행한다. 1980년대 초 하버드 협상 연구가 정리한 개념들 — 피셔와 유리의 BATNA, 라이파의 합의가능영역 — 이 그대로 에이전트의 설계 변수가 된다.
BATNA
협상이 깨졌을 때의 최선의 대안
이 거래가 무산되면 무엇을 할 것인가. 다른 판매자의 오퍼, 다음 달로의 연기, 자체 생산. BATNA가 좋을수록 협상력이 세다. 에이전트는 BATNA를 사람보다 훨씬 빨리, 훨씬 많이 탐색한다.
Reservation price
유보가격 — 넘지 않을 선
구매자에겐 ‘이 이상은 안 낸다’는 상한, 판매자에겐 ‘이 이하로는 안 판다’는 바닥가. 대개 BATNA에서 도출된다. 협상에서 가장 비싼 정보이고, 새어 나가는 순간 상대가 그 선에 붙는다.
ZOPA
합의가능영역
판매자의 바닥가와 구매자의 상한 사이의 구간. 이 구간이 있으면 거래는 가능하고, 협상은 그 안에서 ‘잉여를 누가 더 가져가느냐’의 싸움이 된다. 구간이 없으면 아무리 흥정해도 거래는 성립하지 않는다.
합의가능영역 시뮬레이터
예시 · 단위 만 원합의가능영역 3만 원. 거래는 가능하다 — 반씩 나누면 143.5만 원 근처지만, 실제 체결점은 누가 먼저, 얼마나 많이 드러냈느냐로 정해진다.
설명용 단순 모델입니다. 실제 협상은 가격 외에 납기·결제·수량 등 여러 조건이 함께 움직여 합의가능영역이 다차원으로 넓어지거나 좁아집니다.
여기서 핵심은 두 개의 슬라이더가 모두 ‘숨김’이라는 점이다. 협상이란 결국 자신의 선은 감추고 상대의 선을 추정하는 게임이다. 사람은 표정과 말투로 추정하고, 에이전트는 제안의 순서·양보의 폭·응답의 속도로 추정한다. 그래서 에이전트 시대의 협상력은 ‘잘 말하기’보다 ‘새지 않기’에서 나온다.
03 · A negotiation log
850밀리초의 흥정, 한 줄씩 읽기
아래는 오프닝 장면을 가상의 로그로 옮긴 것이다. 실제 제품이나 거래가 아니며, 숫자는 설명을 위해 만든 예시다. 두 에이전트가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감추는지에 주목해서 읽어 보자.
negotiation_log · session #A-20
예시 · 가상 거래+0ms
구매 에이전트
업무용 노트북 20대. 납기 7일 이내. 단가 1,380,000원 제안. 동급 대안 오퍼를 보유하고 있음.
대안의 ‘존재’만 알리고 금액은 밝히지 않는다
+140ms
판매 에이전트
정가 1,590,000원. 공개된 수량 할인 규칙상 20대 이상 6% → 1,494,600원. 재고 확인됨, 7일 납기 가능.
규칙은 공개, 바닥가는 비공개
+310ms
구매 에이전트
선결제 가능. 12개월 내 추가 구매 옵션 20대 포함 시 단가 1,420,000원.
+460ms
판매 에이전트
선결제 조건부 추가 2% 규칙 적용 → 1,464,700원. 추가 구매 옵션은 동일 단가 보장으로 수용.
+620ms
구매 에이전트
1,440,000원. 수락 시 즉시 발주.
+790ms
판매 에이전트
1,448,000원. 이 가격에 한해 오늘 발주분 우선 출고.
+850ms
구매 에이전트
수락.
위임 범위 안 — 사람 승인 없이 체결
판매자 바닥가 (끝내 비공개)
1,420,000
구매자 상한 (끝내 비공개)
1,450,000
체결가
1,448,000
로그가 끝난 뒤에야 보이는 사실이 있다. 합의가능영역은 142만~145만 원, 폭 3만 원이었다. 체결가 144만 8천 원은 구매자 상한 바로 아래다. 잉여의 대부분을 판매자가 가져갔다. 판매 에이전트가 더 영리해서라기보다, 구매 에이전트의 양보 폭(138만 → 142만 → 144만)이 상한의 위치를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판매 에이전트는 공개 규칙(수량 6%, 선결제 2%)만 근거로 움직였고, 규칙 밖 재량은 마지막 한 번만 썼다. 이 로그에서 판매자가 이긴 이유는 흥정 기술이 아니라 규칙은 드러내고 재량은 아낀 설계였다.
04 · Speed, scale, evidence
숫자로 보는 현실
기계 대 기계 협상의 대규모 데이터는 아직 없다. 대신 그 양쪽 날개 — 한쪽이 기계인 자동 협상, 그리고 알고리즘끼리 맞붙는 가격 경쟁 — 에는 이미 의미 있는 증거가 쌓였다.
64%
월마트가 AI 협상 챗봇 시범 운영에서 합의에 이른 공급사 비율 (목표치 20%)
Harvard Business Review, 2022
35일
같은 시범 운영에서 연장된 평균 대금 지급 기한 — 가격만이 아니라 조건도 협상된다
Harvard Business Review, 2022
≈28%
독일 주유소 복점 시장에서 두 경쟁자가 모두 알고리즘 가격을 도입했을 때 관측된 마진 상승
Assad et al.,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2024
* 월마트 수치는 특정 공급사군 대상의 시범 운영 결과이며, 마진 수치는 특정 시장·기간에 대한 실증 연구 결과입니다. 조사·연도·시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두 숫자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앞의 것은 효율이다. 사람이 일일이 상대하기엔 너무 작은 거래, 그래서 표준 조건으로 방치되던 수많은 공급 계약이 자동 협상으로 처음 ‘협상되기’ 시작했다. 뒤의 것은 경고다. 알고리즘이 알고리즘을 상대할 때, 경쟁이 반드시 가격을 끌어내리지는 않는다.
속도와 규모도 판을 바꾼다. 사람의 협상은 비싸서 드물었다. 에이전트의 협상은 거의 공짜라서 모든 거래가 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 커피 한 잔, 택배 한 건, 광고 한 칸까지. 협상이 예외에서 기본값이 되는 순간, ‘정가’라는 개념 자체가 흔들린다.
05 · Expose vs. conceal
규칙은 드러내고, 선은 감춰라
판매자·마케터의 새 질문은 ‘얼마로 팔까’가 아니라 ‘무엇을 기계에게 보여 줄까’다. 원칙은 단순하다. 상대 에이전트가 빨리, 정확하게 조건을 맞춰 오게 만드는 정보는 드러낸다. 상대 에이전트가 내 선에 바짝 붙게 만드는 정보는 감춘다.
노출할 것 · Expose
가격 규칙의 논리
왜 이 가격인지 기계가 검증할 수 있게. 수량·기간·결제 방식에 따라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규칙으로 공개한다.
조건부 할인 규칙
‘20대 이상 6%’, ‘선결제 2%’처럼 조건과 보상이 명시된 할인. 에이전트는 이런 규칙을 읽고 스스로 조건을 맞춰 온다.
재고·납기의 사실
지금 몇 개가 있고 언제 도착하는가. 모호하면 에이전트는 위험 비용을 가격에서 깎는다.
정책과 한계
반품·보증·교환·취소 조건, 그리고 ‘협상 불가 항목’. 넘을 수 없는 선을 미리 밝히면 무의미한 역제안 루프가 줄어든다.
숨길 것 · Conceal
유보가격 · 바닥가
협상 에이전트의 프롬프트·API 응답·오류 메시지 어디에도 새어 나가지 않게. 한 번 알려지면 모든 거래가 그 선으로 수렴한다.
마진 구조
원가·물류비·채널 수수료의 내역. 규칙의 ‘논리’는 공개하되, 그 논리를 역산해 원가를 추정할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
급매 신호
‘재고 과다’, ‘분기 마감 임박’, ‘현금 필요’. 사람은 눈치로 읽지만, 에이전트는 가격 변동 패턴·할인 빈도·응답 속도에서 통계적으로 읽어 낸다.
상대별 가격 로직
누구에게 왜 다른 가격을 주는지의 내부 기준. 다만 숨기는 것과 속이는 것은 다르다 — 차별의 근거가 공정하지 않다면 숨길 게 아니라 고쳐야 한다.
역설처럼 들리지만 둘은 한 몸이다. 규칙이 명확할수록 재량을 쓸 일이 줄고, 재량을 덜 쓸수록 바닥가가 샐 틈이 줄어든다. 규칙이 불투명한 판매자는 매번 즉흥적으로 양보하게 되고, 그 즉흥의 패턴이 곧 급매 신호가 된다.
그리고 한 가지 선을 분명히 해 두자. ‘숨긴다’는 것은 내 협상 정보를 지킨다는 뜻이지, 상대 기계를 속인다는 뜻이 아니다. 허위 재고, 가짜 경쟁 오퍼, 에이전트만 보는 숨은 조건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 경계는 기계를 겨냥한 새로운 다크패턴에서 따로 다룬다.
06 · What can go wrong
빠르고 싼 협상이 만드는 네 가지 그림자
자동 협상의 약속은 효율이다. 그러나 효율이 언제나 공정이나 경쟁과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아래 위험 중 일부는 실증 연구와 실제 법 집행이 있고, 일부는 아직 초기 실험에서 관찰된 징후다.
01
알고리즘 담합
경쟁하는 가격 알고리즘들이 서로 말 한마디 없이도 높은 가격에 머무는 법을 ‘학습’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강화학습 가격 에이전트가 시뮬레이션에서 경쟁가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가격 인하에 보복하는 패턴까지 보였다. 규제 당국도 주목한다. 미국 법무부는 2015년 알고리즘으로 가격을 맞춘 온라인 판매자를 기소했고, 2024년에는 임대료 산정 소프트웨어가 집주인들 간 담합을 매개했다며 제소했다. OECD와 유럽 경쟁당국도 이 문제를 공식 의제로 다뤄 왔다. 다만 명시적 합의 없는 ‘암묵적 담합’을 현행법으로 어떻게 다룰지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Calvano 외, American Economic Review, 2020 · 미 법무부, 2015·2024 · OECD, 2017
02
가격 차별과 공정성
판매 에이전트가 구매 에이전트의 행동에서 ‘지불 의향’을 추정할수록, 같은 물건에 대한 가격은 사람마다 달라진다. 수량·결제 조건에 따른 차등은 정당하지만, 협상 에이전트가 없거나 약한 사람이 체계적으로 더 비싸게 산다면 그것은 새로운 불평등이다. 좋은 에이전트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
03
바닥을 향한 경주
모든 구매 에이전트가 최저가만 좇고 모든 판매 에이전트가 즉시 맞대응하면, 가격은 빠르게 한계비용 쪽으로 밀린다. 소비자에겐 이득 같지만, 품질·서비스·재투자 여력이 함께 깎인다. 가격 이외의 가치를 기계가 읽을 수 있게 만들지 않으면, 협상은 가격 한 줄의 싸움이 된다.
04
조작과 정보 유출
언어 모델 기반 에이전트는 말로 설득당하고, 말로 새어 나간다. 초기 실험에서 AI 점원은 손님의 그럴듯한 요청에 쉽게 할인을 내줬고, 구매·판매 에이전트 시뮬레이션에서는 첫 제안을 성급히 받아들이거나 조작에 취약한 모습이 관찰됐다. 상대 에이전트의 메시지 한 줄이 내 에이전트의 바닥가를 끌어낼 수도 있다.
Anthropic ‘Project Vend’, 2025 · Microsoft Research ‘Magentic Marketplace’, 2025
기계가 담합을 ‘의도’하지 않아도 결과는 담합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책임은 결과를 설계한 사람에게 남는다.
07 · 흥정하지 말고, 위임하라
사람의 일은 테이블에 앉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을 설계하는 것
850밀리초짜리 협상에 사람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사람이 끼어드는 순간 그 속도와 규모의 이점은 사라진다. 그렇다고 사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자리는 협상 ‘중’에서 협상 ‘전’과 ‘후’로 옮겨 간다. 무엇을 위해, 어디까지 양보하고, 무엇은 절대 하지 않으며, 언제 사람을 부를지를 정하는 일. 그것이 위임(mandate)이고 가드레일이다.
아래는 판매 에이전트에게 주는 위임장의 예시다. 특정 회사의 실제 정책이 아니라 구조를 보여 주기 위한 틀이다.
mandate · sales_agent_v1
예시목표
분기 재고 회전 우선, 단 공헌이익률 하한 유지
재량 범위
공개 규칙 위 추가 조정은 정가 대비 최대 3%p
협상 가능 항목
가격 · 납기 · 결제 조건 · 번들 구성
협상 불가 항목
보증 기간 · 반품 정책 · 안전 인증 사양
사람 승인
단일 거래 5천만 원 초과, 또는 신규 거래처 첫 계약
금지
경쟁사 가격 정보의 교환·공유, 바닥가 언급, 허위 재고 표시
기록
모든 제안·역제안과 적용 규칙을 남기고 주 1회 사람이 표본 검토
위임장에서 가장 중요한 줄은 가격이 아니라 ‘금지’와 ‘기록’이다. 알고리즘 담합의 위험은 대개 경쟁사 가격 정보를 어떻게 다루느냐에서 시작되고, 가격 차별의 공정성은 사후에 로그를 들여다볼 때에만 검증된다. 에이전트가 무엇을 했는지 설명할 수 없다면, 그 거래의 책임도 설명할 수 없다.
구매자 쪽도 마찬가지다. 내 에이전트에게 상한을 알려 주되, 그 상한을 상대에게 흘리지 않도록 설계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최저가를 찾아 줘’라는 한 줄의 위임은 품질·납기·반품을 모두 가격 한 줄로 납작하게 만든다. 무엇을 위해 사는지를 적는 것, 그것이 새 시대의 구매 역량이다.
08 · Before the agents arrive
에이전트가 도착하기 전에 할 일
지금의 할인 관행을 ‘규칙’으로 적어 보라. 영업 담당자 머릿속에만 있는 할인은 기계가 읽을 수 없고, 재현할 수도 없다.
가격 이외의 가치를 조건으로 만들라. 납기 보장, 연장 보증, 우선 출고처럼 에이전트가 비교할 수 있는 항목이어야 바닥을 향한 경주에서 벗어난다.
바닥가를 ‘시스템 밖’에 두라. 협상 에이전트가 직접 볼 필요가 없는 숫자는 처음부터 주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비밀 유지다.
경쟁사 가격을 ‘참고’하는 방식을 법무와 함께 점검하라. 공개 가격을 보는 것과, 같은 도구·같은 데이터를 공유해 가격을 맞추는 것은 다르다.
결렬도 성과로 세라. 합의가능영역이 없는 협상을 빨리 끝내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에이전트가 제 일을 한 것이다.
결국 이 질문은 오래된 질문의 새 버전이다. 나는 가격을 받아들이는 사람인가, 가격에 개입할 수 있는 사람인가. 그 질문의 앞선 형태는 나는 가격에 개입할 수 있는가에서 다뤘다. 에이전트의 시대에 가격에 개입한다는 것은 흥정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움직이는 규칙을 설계하는 것이다.
흥정은 기계에게,
선은 사람에게.
내 에이전트와 상대 에이전트가 마주 앉는 날, 협상의 승패는 1초 안에 갈린다. 그러나 그 1초를 결정하는 것은 몇 주 전 사람이 적어 둔 몇 줄이다. 무엇을 드러낼지, 무엇을 감출지, 어디서 멈출지, 무엇은 절대 하지 않을지. 기계가 빨라질수록, 사람이 쓰는 그 몇 줄의 무게는 더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