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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녀 · 유산과 AI

해녀 한 명이 은퇴할 때, 바다 지도 한 장이 사라진다

유네스코 4관왕의 유산, 그러나 연소득 700~800만 원 — AI 시대에 제주 해녀가 되찾아야 할 것은 해녀의 '수'가 아니라 그들이 가진 것의 '값'이다.

유산·기술 관점 · 글 고승원

등재는 성공했다. 감소는 멈추지 않았다.

2016년 11월, 유네스코는 '제주해녀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당시 현직 해녀는 4,377명이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25년 말, 전수조사 결과는 2,371명이다. 45.8% 감소 — 거의 절반이 사라졌다. 2020년대 들어 감소 속도는 연 100명대에서 200명대로 빨라졌다.

유네스코 등재는 세계에 알리는 데는 성공했다. 이후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호(2015), 국가무형유산(2017), FAO 세계중요농업유산 GIAHS(2023)까지 더해 '다관왕'이 됐다. 그러나 등재가 겨눈 곳(세계의 인정)과 감소가 일어나는 곳(현장의 소득·어장)은 달랐다.

유산은 다관왕이다. 그 유산을 몸에 진 사람의 연소득은 700~800만 원 수준이다. 유산의 '값'과 유산 보유자의 '값'이 분리돼 있다. 이것이 오늘의 핵심 모순이다.

다음 10년의 목표는 '해녀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해녀가 가진 것의 값을 되찾는 것'이어야 한다.

숫자로 보는 현실

2,371

현직 해녀 (2025.12.31 기준)

제주도 전수조사, 2025

63%

70세 이상 — 해녀 3명 중 2명

제주도 전수조사, 2025

700~800만

해녀 연소득(원) — 유네스코 4관왕 유산 보유자

제주도 어가실태조사 계열, 2024~2025

38%

마을어장 갯녹음(백화현상) 진행 비율

초분광 항공영상 분석

~30%

해녀학교 졸업생 어촌계 잔류율 (10명 중 7명은 해녀가 못 됨)

한수풀·법환 해녀학교 집계

Trajectory

반세기, 14,000명에서 2,371명으로

유네스코 등재도 이 곡선을 멈추지 못했다. 등재가 겨눈 곳(세계의 인정)과 감소가 일어나는 곳(현장의 소득과 어장)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1970s약 14,000명
20154,377명 · 등재 당시
20252,371명 · 오늘

연령 구성 — 해녀 3명 중 2명이 70세 이상

70세 이상 63%50~69세 32%50세 미만 4%

출처: 제주도 전수조사, 2025 · 1970년대 수치는 추정

Recognition

국내외 유산 다관왕

제주해녀는 지난 10년간 국내외에서 잇따라 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러나 등재의 화려함과 그 유산을 몸에 진 사람의 삶 사이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2015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호 지정

2016

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 ‘제주해녀문화’

2017

국가무형유산 지정

2023

FAO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등재 결정

2025

로마 FAO 본부에서 GIAHS 인증서 공식 수여, FAO 박물관에 ‘제주해녀상’ 영구 기증

GIAHS는 전 세계 29개국 102개가 등재돼 있으며, 한국은 농업 6·어업 3으로 총 9건, 세계 3위다. 2026년 제주도 해녀 지원사업은 235억 원, 29개 사업 규모다.

01 · Numbers vs. Density

수를 늘리면 1인당 소득이 준다

마을어장의 약 38%가 갯녹음(백화현상)으로 진행 중이다. 초분광 항공영상 분석이 확인한 수치다. 어장 자체가 수축하는 상황에 사람을 더 넣으면 1인당 수확량이 더 준다. 공급 붕괴 앞에서 인원 확충은 해법이 아니다.

정착 지원금 구조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신규 해녀 정착금은 3년간 총 1,800만 원(월 50만 원)이다. 그런데 어촌계 가입비와 수협 출자금 합계가 이 금액과 거의 일치한다. 국가 지원이 생활비가 아니라 진입 통행료를 대납하는 구조가 된 셈이다. 해녀학교 졸업생의 어촌계 잔류율은 약 30%(한수풀 29%, 법환 30.1%) — 졸업생 10명 중 7명은 결국 현장을 떠난다.

진입 장벽이 아니라 잔류 장벽이 문제다. 사람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남아 있을 이유가 부족하다. 수를 목표로 삼으면 '명부상의 해녀'만 늘 뿐이다.

해녀 수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쉬운 것(사람 수 세기)을 했고, 어려운 것(소득 구조 바꾸기)을 미뤘다.

02 · What AI Cannot Replicate

삼중으로 잠긴 자산

AI가 거의 모든 것을 복제하는 시대에 해녀는 삼중으로 잠긴 자산이다. 첫째는 몸이다. Cell Reports(2025)에 실린 Aguilar-Gómez 등의 연구는 제주 해녀가 잠수 중 서맥(심박수 감소)과 저혈압에 관련된 유전 변이를 일반인보다 4배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냉수 내성 변이도 가졌음을 밝혔다. 수십 년 훈련과 유전 적응의 결합 — 이누이트의 대사 적응, 티베트 고산족의 저산소 내성과 나란히 놓이는 '환경이 인간을 빚은' 사례다.

둘째는 장소다. 해녀의 지식은 이 바다, 이 여(礖 — 바닷속 암초), 이 물때의 맥락과 결합돼 있다. 추상화될 수 없는 지식이다. AI는 패턴을 학습하지만, 30년째 같은 여에서 몸으로 익힌 생태 감각은 기록되지 않은 채 사라지고 있다.

셋째는 관계다. 불턱 — 해녀들이 물질 전후 몸을 녹이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 — 은 단순한 휴게 공간이 아니다. 스스로 덜 잡기로 합의하는 자율 공동체 거버넌스의 현장이다. FAO GIAHS가 인정한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인류가 가장 못하는 '공유자원의 자율 관리 합의'를 제주 바다의 해녀들이 수백 년 해왔다.

우리가 지켜야 할 건 해녀라는 직업이 아니라, 해녀들이 합의해온 방식이다.

03 · Not People — Maps

매년 200명분의 어장 지도가 소멸한다

지금까지의 해녀 기록은 구술사, 사진, 다큐멘터리 — '서사'였다. 그러나 대체 불가능한 것은 서사 이전의 '어장 지식'이다. 어느 여에 무엇이 사는지, 어느 물때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몇 년 전까지 감태가 어디까지 분포했는지, 무엇을 남겨야 내년에 다시 나는지.

이 지식은 문서로 없다. 개별 해녀의 머릿속에만 있다. 그리고 매년 200명 이상이 은퇴한다. 이것은 문화 손실이 아니라 생태 데이터 손실이자, 갯녹음 복원의 기준선(baseline) 소멸이다. '10년 전 이 여의 상태'를 아는 사람이 사라지면, 복원의 기준점 자체가 없어진다.

다음 10년의 기록은 영상이 아니라 '지식 구조'여야 한다. 좌표·물때·계절·종이 붙은 데이터. 기술은 이미 준비됐다 — 제주어 구술 전사와 구조화 비용이 10년 전 대비 100분의 1로 낮아졌다. 병목은 기술이 아니라 수집 설계와 합의다.

해녀 한 분이 은퇴할 때, 그분 머릿속 바다 한 조각의 지도가 함께 사라진다.

04 · Data Sovereignty

데이터는 누가 갖는가

해녀 지식이 데이터가 되는 순간 소유권과 수익의 주체가 결정된다. 지금 설계하지 않으면 10년 뒤 그 데이터는 외부 기업이나 연구기관의 자산이 돼 있을 것이다. 실마리는 이미 있다 — 해녀의 유전체 데이터는 이미 국제 저널에 실렸고, 어장 데이터가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다.

원칙은 단순해야 한다. 소유권은 어촌계·해녀 공동체에 귀속한다. 이용은 3단계 라이선스로 관리한다 — 교육·공익 목적은 무상, 학술 연구는 조건부 허가, 상업·AI 학습 목적은 유상. 수익은 해녀 복지와 안전 기금으로 환류한다. 구술을 제공한 해녀에게는 '기록 참여 수당'을 지급한다 — 이것은 은퇴 후 소득원이 되고, 무리한 조업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국제 규범에는 선례가 있다. 캐나다 퍼스트 네이션스의 OCAP 원칙(소유·통제·접근·점유), 뉴질랜드 마오리의 원주민 데이터 주권 — 어촌계 단위에 적용하면 세계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아카이브 3층 모델

기록층

해녀 구술 전사 — 어느 여, 어느 물때, 어떤 종. 제주어 그대로 + 표준어 병기.

구조층

좌표·계절·수심·생물종이 붙은 구조화 데이터 — 어장 지도로 변환 가능한 형식.

권리층

소유·이용·수익 분배 규칙. 어촌계 귀속 + 3단계 라이선스(공익 무상 / 학술 조건부 / 상업 유상).

05 · 설득이 아니라 설계

청년을 해녀로 만들지 말고, 해녀 곁의 직업을

'전업 해녀' 단일 트랙은 이미 실패를 증명했다. 잔류율 30%. 연 700~800만 원 소득에 사망 위험이 따르는 직업을 설득으로 권유할 수는 없다. 이것은 설득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대안은 '기록 파트너' 페어링이다. 고령 해녀 1인과 청년 1인을 3년간 짝지어 운영한다. 청년은 급여를 받는 기록자로서 해녀의 어장 지식을 수집하고 구조화한다. 해녀는 기록 참여 수당을 받는다. 3년이 지나면 청년은 이미 마을 사람이다. 어촌계 진입의 진짜 장벽은 가입비가 아니라 관계이기 때문이다.

3년 뒤 청년은 어느 방향으로도 갈 수 있다 — 물질로 전환하거나, 어장 아카이브 전문가로 남거나, 해녀문화 해설사가 되거나. 어떤 방향이든 해녀문화 곁에 사람이 남는다. 아카이빙과 청년 정책은 같은 설계다.

06 · From Price-Taker to Price-Setter

값을 통보받는 자리에서 값을 말하는 자리로

지금 해녀는 소라 한 근의 값을 남이 정하고 통보받는다. 유네스코 4관왕 브랜드를 가진 채취자가 자기 물건의 값에 개입하지 못한다. 다관왕 타이틀이 현장의 소득 구조와 단절돼 있다.

다음 10년의 목표는 '값을 말하는 자리'로 옮기는 것이다. 원산지 프리미엄, 지식 라이선스 수익, 브랜드 사용료 — 이런 구조가 쌓이면 채취량이 줄어도 소득이 유지되는 모델이 가능해진다. 갯녹음으로 수확량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유일한 지속가능 경로는 단위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행정도 성과지표의 종류를 바꿔야 한다. 지금 세는 것들은 해법이 아니라 증상을 측정하고 있다.

지금 세는 것

세야 할 것

해녀 수

1인당 연소득

졸업생 수

3년 잔류율

기록 사업 건수

어장 지식 아카이브 커버리지

직접 만든 것 · haenyeotide.org

그래서, 물때를 직접 만져볼 수 있게 만들었다

해녀의 지식은 여(礖)·물때·계절·종, 네 개의 축으로 짜여 있다. 그중 물때만이 유일하게 공개 데이터로 존재한다. 그래서 사라지기 전에, 그 한 축이라도 누구나 만져볼 수 있게 웹으로 만들었다.

시간축을 끌면 물질이 가능한 창이 하루 중 잠깐만 열린다는 걸 보게 되고 — 그 창이 언제 열리는지 아는 사람이 매년 200명씩 사라진다는 문장이, 그제서야 도달한다.

실시간 물때 흐름48시간 조위·물질 가능 창제주 34개 어촌계8종 공공 API 실측한국어·English·日本語·中文

국립해양조사원·기상청 등 8종 공공 API가 실시간으로 흐르고, 음력 물때와 일출·일몰은 천문 공식으로 직접 계산했다. 화면의 모든 수치 옆에 출처와 기준시점이 붙는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0주년을 계기로 만들었다.

현재형으로 기록한다

오늘도 물에 드는 2,371명의 현재형.

10년 전 4,377명, 오늘 2,371명. 등재는 세계에 알리는 데 성공했고, 값을 되찾는 데는 아직 닿지 않았다. 해녀를 사라져가는 존재로 기록하지 않겠다. 다음 10년의 기록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 — 오늘도 물에 드는 2,371명의 현재형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