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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바운드 · GEO

중국인은 샤오홍수에서 결정하고 온다

샤오홍수(小红书)라는 검색창, 제주와 서울이 놓치고 있는 것. 그들의 일정표는 국경 밖에서 만들어지고, 그 표에 이름을 올릴 기회는 그들이 도착하기 전까지만 열려 있다.

관점 · 글 고승원

같은 메뉴, 같은 뷰, 같은 가격. 그런데 왜 이 집만.

제주에 살면서 이상한 장면을 자주 본다. 한적한 해안도로의 카페 하나에 중국인 관광객이 줄을 선다. 옆집은 비어 있다. 메뉴도, 뷰도, 가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장님께 왜 여기만 이렇게 오냐고 물으면 대개 이렇게 답한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느 날부터 그냥 오시더라고요.”

모를 리가 없는 일인데 모른다. 답이 사장님 가게 안이 아니라 국경 밖에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중국인 스마트폰 안에 있는 앱 하나에.

먼저 숫자를 보자

616만

2025년 방한 중국인 — 국적 1위 (2위 일본 398만)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데이터랩, 2025

70.2%

2025년 제주 방문 외국인 중 중국인 비중 (158.8만 명)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2025

6억 건

샤오홍수 하루 검색량 — 1년 만에 2배

샤오홍수 발표, 2025~2026

69%

목적지가 아니라 ‘관심사’로 여행을 결정하는 이용자

샤오홍수 싱가포르 아웃바운드 포럼, 2026.5

제주 인바운드 시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말은 사실상 ‘중국인 관광객’의 동의어다. 2025년 9월부터 3인 이상 중국인 단체의 무비자 입국이 한시 시행됐고, 제주는 개별 관광객까지 포함한 자체 무비자를 유지한다. 2026년 1월 중국발 국제선 주간 운항은 한국행이 1,012편으로 태국·일본을 제치고 1위였다.

문은 열려 있다. 비행기도 늘었다. 사람도 온다. 문제는 그들이 어디를 보고 어디로 갈지를, 한국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정해놓는다는 것이다.

01 · A Search Box, Not a Feed

샤오홍수는 SNS가 아니라 검색엔진이다

한국에서 샤오홍수를 이야기하면 대개 “중국판 인스타그램”이라는 설명이 붙는다. 이 비유가 이 시장을 놓치게 만든다. 월간 활성 이용자는 3억 5천만 명 수준이지만, 결정적인 숫자는 이용자 수가 아니다. 하루 검색량 약 6억 건 — 1년 만에 두 배로 늘었고, 이용자의 73%가 앱을 열자마자 검색창으로 직행한다. 젊은 층에게 샤오홍수는 인스타그램의 자리가 아니라 바이두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여행으로 좁히면 더 명확하다. 2026년 5월 샤오홍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월간 아웃바운드 여행 활성 이용자는 1억 3천만 명이고 그중 90% 이상이 적극적으로 여행 검색을 한다. 그리고 69%가 목적지가 아니라 관심사를 기준으로 여행을 결정한다. “어디 갈까”가 아니라 “무엇을 경험할까”가 먼저라는 뜻이다.

그들은 “제주도 가볼까”라고 검색하지 않는다. “돌담 있는 카페”, “해녀 체험”, “제주 흑돼지 로컬 맛집”, “한국 소도시 감성”을 검색하고, 그 결과에 걸린 장소가 일정표에 들어간다. 목적지가 콘텐츠를 부르는 게 아니라 콘텐츠가 목적지를 만든다.

검색의 형태가 바뀌면 발견의 경로가 바뀌고, 발견의 경로가 바뀌면 준비해야 할 콘텐츠가 바뀐다. 중국 시장에서는 이 변화가 이미 끝났다 — 우리만 몰랐을 뿐이다.

02 · Your Channels Don’t Exist There

우리가 쓰는 채널은 그들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한국 사업자들이 자주 하는 착각이 있다. “우리도 인스타 열심히 하고 있어요.” 중국 본토에서 인스타그램은 접속되지 않는다. 페이스북도, 유튜브도, 구글도 마찬가지다. 카카오톡은 2014년 이후 사실상 막혀 있고,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도 정상 접속이 되지 않는다.

즉, 한국 브랜드가 지난 몇 년간 쌓아온 인스타그램 팔로워와 네이버 블로그 포스팅과 카카오채널 친구는, 중국 본토의 잠재 고객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자산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벽 너머에는 도달하지 않는다. 한국에 도착한 뒤 로밍이나 VPN으로 우회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

03 · Discovery Must Happen Outside the Border

발견은 국경 밖에서 일어나야 한다

중국인의 한국 여행은 대체로 이런 순서로 만들어진다. 샤오홍수에서 남들의 여행 노트를 본다. 마음에 드는 장소를 저장한다. 저장한 것을 모아 일정을 짠다.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한다. 그리고 온다. 일정은 출발 전에 이미 닫힌다. 한국 땅을 밟은 시점에 3박 4일은 대부분 확정되어 있고, 현장에서 바뀌는 건 점심 메뉴 정도다.

그래서 “우리 가게 앞을 지나가다 발견하겠지”, “여기 와서 검색하면 나오겠지”라는 전략은 구조적으로 실패한다. 이미 결정하고 온 사람의 일정표에 뒤늦게 끼어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노출이 일어나야 하는 시점은 그들이 인천공항에 내렸을 때가 아니라, 상하이 지하철에서 퇴근길에 폰을 스크롤하고 있을 때다.

04 · Renting an Influencer vs. Owning a Channel

인플루언서를 쓰는 것과 채널을 갖는 것은 다르다

많은 지자체와 업체가 이렇게 답한다. “중국 인플루언서 초청 팸투어 했어요.” 나쁘지 않다. 그런데 그건 광고를 산 것이지 자산을 만든 것이 아니다. 왕훙이 올린 노트는 왕훙의 계정에 쌓인다. 계약이 끝나면 관계도 끝나고, 다음 캠페인에 다시 돈을 내야 한다. 검색 결과에 남는 것도 그 사람의 이름이지 당신의 이름이 아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SNS는 빌린 땅이고 홈페이지가 본진이라고 말해왔다. 이 논리는 중국 시장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다만 여기서 ‘본진’을 지을 땅은 국내 도메인이 아니라 샤오홍수 브랜드 계정이다. 중국 본토 이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하게 축적 가능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계정을 직접 운영한다는 건 이런 걸 가진다는 뜻이다.

검색 결과에 남는 이름. 노트 하나하나가 검색 인덱스에 쌓인다. 1년 전 올린 노트가 오늘 누군가의 일정표에 들어간다. 광고비를 끄면 사라지는 노출과 완전히 다른 종류의 자산이다.

데이터. 어떤 키워드로 들어왔고, 어떤 노트가 저장됐고, 어떤 도시 사람이 봤는지가 보인다. 감으로 하던 인바운드 마케팅이 처음으로 숫자가 된다.

대응 가능성. 잘못된 정보가 퍼졌을 때, 영업시간이 바뀌었을 때, 반박하거나 정정할 창구가 생긴다. 지금은 그게 없다.

제주도, 서울 자치구, 지역 관광공사, 그리고 중국인 비중이 높은 개별 매장까지 — 샤오홍수 브랜드 채널은 이제 ‘해보면 좋은 것’이 아니라, 인바운드를 사업의 일부로 본다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에 가깝다.

05 · Opening an Account — What to Know

계정 개설: 알고 시작해야 하는 것들

낭만적으로만 말하면 안 되니 실무를 짚는다. 샤오홍수 계정 개설은 인스타그램처럼 5분 만에 되는 일이 아니다.

01

계정 유형이 다르다

개인·기업·브랜드 계정(专业号, 전문호)으로 나뉜다. 인증된 전문호라야 비즈니스 인증 마크, 매장 소유권 주장, 검색 노출 혜택, 데이터 분석, 광고 집행이 열린다. 일반 계정으로는 데이터도 광고도 못 쓴다.

02

상표권이 사실상 전제 조건

브랜드 인증에는 법인과 상표권이 요구된다. 상표권자가 대표 개인이거나 대행사가 대신 신청하면 수권서(위임장)가 필요하다. 지자체·공공기관은 명칭 사용 근거를 정리해두는 편이 낫다.

03

준비물이 생각보다 많다

사업자등록증 영문본, 여권, 중국 휴대전화 번호, 위챗페이 결제 수단이 기본. 공식 인증 수수료는 연 600위안(약 11만 원)이며, 서류 번역·공증과 대행 수수료가 별도로 붙는다.

04

업종에 따라 국내 법인만으로는 안 되는 영역

의료기기·부동산·금융·법률 같은 분야는 국내 법인만으로 인증이 어렵다. 의료관광을 노린다면 이 지점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05

계정 이름에 함정이 있다

회사명·상표·오프라인 상호 기반만 가능하다. ‘공식’·‘본점’·‘체인’ 같은 오인 표현은 증빙 없이 못 쓰고, 플랫폼 이름을 음차한 표현은 인증 취소 사유다.

06

판매까지 가려면 구조가 하나 더

계정과 점포(店铺)는 별개다. 라이브커머스는 점포가 있어야 돌아간다. 1단계는 발견되는 것, 2단계는 방문시키는 것, 판매는 그다음이다.

06 · Publishing — 2026’s New Rules

콘텐츠 발행: 2026년에 바뀐 규칙들

여기가 실제로 사고가 나는 지점이다. 2026년 1월부터 시행된 새 규정은 운영 방식을 크게 바꿨고, 일부 항목은 과거 게시물에까지 소급 적용된다. 국적과 무관하게 모든 계정에 적용되므로 한국 브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AI 생성 콘텐츠는 표기 의무 업로드 전 설정에서 ‘AI 보조 창작’을 체크해야 한다. 표기 없이 올리면 위반이다.

협업 노트는 서두에 명시(报备) 왕훙·KOC와 협업했다면 노트 첫머리에 밝혀야 한다. 한국 브랜드가 가장 자주 놓치는 항목 — 미표기 광고는 노트 삭제와 계정 경고로 직결된다.

효과 보장 표현 금지 ‘100% 해결’·‘완전 효과’·‘최고’·‘보장’ 같은 극한 표현은 명시든 암시든 걸린다. 뷰티·의료·건강은 특히 강화됐다. 한국 상세페이지 문구를 그대로 번역해 올리면 위험하다.

댓글로 개인 거래 유도 금지 ‘위챗 주세요, 개별 안내드릴게요’ 같은 흐름은 금지. 거래는 공식 기능 안에서만.

모호한 카피 대신 종료일 명시 ‘한정 할인’ 같은 모호한 표현보다 ‘이벤트 종료: X월 X일’처럼 명시하는 쪽이 권장된다.

규정과 별개로, 먹히는 콘텐츠의 문법이 우리와 다르다. 연출된 스튜디오 컷보다 생활감 있는 기록, 주관적 감상보다 3개 이상의 비교 기준과 수치가 든 리뷰, 파편적 정보보다 한 주제를 끝까지 다룬 긴 노트, 실제로 따라 할 수 있는 단계별 정보(干货)가 잘 걸린다. 제목에 ‘实测(실측)’·‘避坑(피하기)’·‘体验(체험)’ 같은 접두어가 붙은 글이 특히 잘 걸린다.

광고처럼 쓰면 광고만큼도 안 읽힌다. 잘 되는 브랜드 노트는 브랜드가 자기 얘기를 하는 글이 아니라, 브랜드가 손님을 대신해 정보를 정리해준 글이다.

여기에 하나 더. 번역하지 말고 다시 써야 한다. 한국어 카피를 옮긴 글과, 처음부터 중국인 이용자의 검색어를 염두에 두고 쓴 글은 성과가 다르다. 그들이 실제로 치는 검색어 — ‘济州岛咖啡’, ‘首尔小众景点’, ‘韩国免税攻略’ — 를 본문과 태그에 자연스럽게 심어야 한다. 이건 GEO(생성형 엔진 최적화)의 원리를 중국 검색 생태계에 옮겨놓은 것과 같다.

07 · 그럼에도, 이건 여전히 빌린 땅이다

반드시 열되, 본진일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샤오홍수는 만능이 아니다. 몇 가지는 정직하게 인정하고 시작하는 게 좋다.

01

정책이 수시로 바뀐다

2026년 1월에도 크게 바뀌었고 또 바뀐다. 규정 변화를 못 따라가면 어느 날 노출이 뚝 떨어진다.

02

한중 관계라는 변수

사드 이후를 겪은 우리는 안다. 2016년 제주를 찾은 외국인 360만 명이 어떻게 됐는지 기억한다면, 한 시장에 전부를 거는 위험도 안다.

03

소유권은 플랫폼에 있다

계정과 데이터의 소유권은 플랫폼에 있다. 규정을 어기면 계정이 정지되고, 그동안 쌓은 노트도 함께 사라진다.

그래서 결론은 이렇다. 샤오홍수는 반드시 열어야 하지만, 그것이 본진일 수는 없다. 중문 랜딩 페이지를 자기 도메인에 두고, 예약·문의는 자기 시스템으로 받고, 샤오홍수는 그 본진으로 사람을 데려오는 최전방 창구로 쓴다. 창구는 빌리되 본진은 짓는다.

발견되도록 미리 놓아둔 것

관광객은 발견되어서 오는 게 아니라,
발견되도록 미리 놓아둔 것을 보고 온다.

지금 제주와 서울의 많은 가게가 중국인 손님으로 붐빈다. 대부분은 왜 붐비는지 모르고, 그래서 그 흐름이 끊겼을 때 왜 끊겼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들의 일정표는 국경 밖에서 만들어진다. 그 표에 이름을 올릴 기회는, 그들이 도착하기 전까지만 열려 있다.

참고 자료: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데이터랩 국가별 방한현황(2025),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입도 관광객 통계(2025),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6년 방한 전망, PwC·QuestMobile 및 샤오홍수 공식 발표 자료(2025~2026), 법무부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시행 현황(2026.6), 샤오홍수 2026년 1월 시행 신규 규정. 플랫폼 정책과 비자 제도는 수시로 변경되므로 실행 전 최신 공지를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