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UNGWON.GO
기후 · AI — 파리협정 10년 시리즈 2/7

0.5°C의 가격

1.5°C와 2°C의 차이를 AI로 시뮬레이션하다. 체온계 눈금 반 칸처럼 보이는 차이가 산호초, 폭염, 해빙, 식탁에서 어떻게 두세 배로 불어나는지 — 그리고 AI가 그 숫자를 ‘내 지역’의 언어로 옮길 때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기후·기술 관점 · 글 고승원

0.5°C는 작아 보인다. 그래서 위험하다.

아침 기온이 21.5°C인지 22°C인지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옷차림도, 기분도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1.5°C냐 2°C냐’라는 논쟁은 많은 사람에게 협상장의 소수점 싸움처럼 들린다. 반 칸짜리 눈금을 두고 세계가 왜 이렇게까지 다투는지 체감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숫자는 오늘의 날씨가 아니라 지구 전체의, 수십 년에 걸친 평균이다. 평균이 반 도 오르면 분포의 꼬리 — 가장 뜨거운 날, 가장 긴 가뭄, 가장 약한 생태계 — 는 훨씬 크게 움직인다. 2018년 10월 인천에서 승인된 IPCC 1.5°C 특별보고서(SR1.5)는 그 꼬리를 숫자로 정리한 첫 번째 종합 평가였다.

이 글은 그 숫자들을 다시 펼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요즘 AI가 이 비교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본다. 무거운 기후 모델을 흉내 내는 ‘에뮬레이터’, 거친 전 지구 격자를 우리 동네 크기로 좁히는 ‘상세화’, 그리고 그 결과를 얼마만큼 믿어야 하는지까지.

숫자로 보는 현실

1.55°C

2024년 지구 평균기온 —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 1850~1900년 평균 대비 (±0.13°C)

WMO, 2025

1.48°C

2023~2025년 3년 평균 — 단일 연도가 아니라 ‘평균’이 1.5°C에 다가서고 있다

WMO State of the Global Climate 2025

84%

2023~2025년 제4차 전 지구 백화 사태 때 백화 수준 열 스트레스를 받은 세계 산호초 면적

ICRI · NOAA, 2025

4.2억

2°C 대신 1.5°C로 막을 때 ‘극한 폭염’에 자주 노출되지 않게 되는 인구 (약 4억 2천만 명)

IPCC SR1.5 Ch.3, 2018

WMO 수치는 여러 데이터셋을 통합한 값으로 ±0.13°C의 불확실성이 있다. 산호초 84%는 ‘백화 수준의 열 스트레스를 받은 면적’이지 폐사율이 아니다. 조사·연도·방법에 따라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01 · Reading the goal right

1.5°C는 안전선이 아니다

2015년 12월 채택된 파리협정의 문장은 정확히 이렇다. 산업화 이전(보통 1850~1900년 평균) 대비 기온 상승을 2°C보다 ‘훨씬 낮게’ 유지하고, 1.5°C로 제한하도록 ‘노력’한다. ‘무조건 1.5°C’가 아니다. 1.5°C는 두 번째 문장에 들어 있는, 더 야심 찬 쪽의 목표다.

또 하나 흔한 오해가 있다. WMO는 2024년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55°C로 집계했다. 그렇다고 파리 목표가 깨진 것은 아니다. 목표의 기준은 한 해가 아니라 수십 년 평균이기 때문이다. 다만 2023~2025년 3년 평균이 이미 1.48°C라는 점은, 장기 평균이 그 선에 다가서고 있다는 경고로 읽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오해. 1.5°C는 ‘여기까지는 괜찮다’는 안전선이 아니다. 아래 비교에서 보듯 1.5°C에서도 산호초의 70~90%가 추가로 사라진다. 1.5°C는 피해를 없애는 목표가 아니라 피해를 ‘줄이는’ 목표다. 거꾸로 말하면, 1.5°C를 넘더라도 노력은 무의미해지지 않는다. 1.6°C는 1.7°C보다, 1.7°C는 2°C보다 낫다.

1.5°C를 어떻게 ‘측정’하는지는 시리즈 1편 1.5°C를 재는 법에서 다룬다.

02 · The half-degree ledger

반 도가 두 배, 세 배가 되는 장부

SR1.5 정책결정자 요약본(SPM)과 3장에서 1.5°C와 2°C를 직접 비교한 지표만 골랐다. 토글로 두 세계를 번갈아 보면, 거의 모든 항목에서 0.5°C가 피해를 두 배 가까이, 혹은 그 이상으로 키운다는 것이 한눈에 보인다.

인터랙티브 · 0.5°C 장부

1.5 ↔ 2.0°C

1.5°C
70~90%
2.0°C
99% 이상
1.5°C
13.8%
2.0°C
36.9%
1.5°C
100년에 1번
2.0°C
10년에 1번 이상
1.5°C
6%
2.0°C
18%
1.5°C
8%
2.0°C
16%
1.5°C
4%
2.0°C
8%
1.5°C
약 150만 톤
2.0°C
300만 톤 이상
해안

0.26–0.77m

1.5°C 세계의 2100년 해수면 상승 (1986~2005년 대비)

+약 10cm

2°C일 때 추가 상승 — 0.1m (0.04~0.16m)

최대 1천만 명

그 10cm로 관련 위험에 추가 노출되는 인구 (2010년 인구, 적응 없음 가정)

SR1.5 SPM B.2.1

모든 수치는 IPCC 1.5°C 특별보고서(2018) 원문 그대로이며, 1.5°C와 2°C 사이 값을 임의로 보간하지 않았다. 옅은 막대 구간은 보고서가 제시한 범위다. 지표마다 근거 연구·확신도·가정이 달라 서로 더하거나 직접 비교할 수 없다. 항목을 누르면 출처와 단서가 열린다.

03 · Why numbers don’t land

평균은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다

장부를 보고도 여전히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은 개인의 무관심 탓만이 아니다. 숫자가 실감을 잃는 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셋 있다. 첫째, 평균은 극값을 숨긴다. SR1.5에 따르면 지구 평균이 1.5°C 오를 때 중위도의 극한 고온일은 최대 약 3°C, 2°C일 때는 약 4°C 뜨거워진다. 우리가 겪는 것은 평균이 아니라 그 꼬리다.

둘째, 피해는 선형이 아니다. 산호는 어느 수온까지 버티다가 문턱을 넘으면 한꺼번에 백화한다. 0.5°C를 ‘25% 더 나쁨’으로 계산하는 직관은 문턱이 있는 시스템에서 체계적으로 틀린다. 70~90%와 99% 이상의 차이는 ‘조금 더 나쁨’이 아니라 ‘일부라도 남는가, 거의 다 사라지는가’의 차이다.

셋째, 숫자는 ‘어디에서, 누구에게’를 말해주지 않는다. ‘세계 인구의 13.8% 대 36.9%’는 강력한 숫자지만, 그 안에 내 도시가 포함되는지, 우리 동네 여름이 며칠 더 길어지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사람은 전 지구 평균이 아니라 자기 동네의 날씨에 반응한다. 기후 과학이 가장 오래 풀지 못한 번역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후 위기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보가 ‘내 주소’를 갖고 있지 않아서 생긴다.

04 · Emulators

무거운 모델을 흉내 내는 가벼운 모델

SR1.5의 숫자들은 지구시스템모델(ESM)과 그 결과를 해석한 수많은 연구에서 나왔다. ESM은 정교하지만 비싸다. 슈퍼컴퓨터로 시나리오 하나를 돌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세계는 SSP1-2.6, SSP2-4.5 같은 소수의 표준 시나리오만 공들여 계산한다. ‘석탄은 빨리, 메탄은 천천히 줄이면?’ 같은 질문은 대개 간단한 패턴 스케일링이나 1차원 모델로 대충 답해야 했다.

에뮬레이터는 이 병목을 겨냥한다. ESM이 이미 만든 방대한 출력을 학습해, ‘이런 배출(또는 해수면 온도)이 들어가면 이런 기후 지도가 나온다’는 관계를 빠르게 재현한다. 학습에는 큰 비용이 들지만, 한 번 학습하면 시나리오 하나를 몇 초~몇 분 만에 그려낸다. 수천 개의 ‘만약’을 탐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구시스템모델 (ESM)AI 에뮬레이터
무엇인가대기·해양·빙하·탄소순환의 물리 방정식을 격자 위에서 푸는 지구시스템모델(ESM)ESM이나 재분석 자료가 만든 결과를 학습해, 입력(배출·해수면온도 등)에 대한 출력을 빠르게 흉내 내는 기계학습 모델
비용슈퍼컴퓨터에서 시나리오 하나에 수주~수개월. 그래서 소수의 표준 시나리오(SSP)만 돌린다학습 후엔 GPU 한 대로 수백~수천 년치를 하루에. 예: ACE2는 하루에 약 1,500 시뮬레이션 년
강점물리 법칙에 근거한 인과 구조, 전례 없는 조건에도 원리상 적용 가능수천 개 시나리오·앙상블을 탐색해 ‘만약 이렇게 줄이면?’을 빠르게 묻고 불확실성 분포를 넓게 볼 수 있다
약점느리고 비싸다. 모델마다 편향이 있고 해상도가 거칠다학습한 모델의 편향을 그대로 물려받고, 학습 범위 밖(더 뜨거운 세계)에서는 검증이 약하다

대표적인 흐름

01

ClimateBench

2022

Watson-Parris 등이 JAMES에 발표한 에뮬레이터 벤치마크. 배출 시나리오를 넣으면 기온·일교차·강수·극한 강수(상위 10%)의 연평균 전 지구 분포를 맞히게 하고, 성능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기준을 만들었다.

02

ACE · ACE2 (Ai2)

2023–2025

Ai2의 대기 에뮬레이터. ACE2는 약 4억 5천만 파라미터, 6시간 간격·1° 해상도로 질량과 수분을 보존하며 하루 약 1,500 시뮬레이션 년을 돌린다(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 2025).

03

NeuralGCM (Google)

2024

대규모 역학은 물리 방정식으로 풀고, 구름 같은 소규모 과정만 신경망이 맡는 하이브리드 모델(Nature, 2024). 순수 데이터 모델과 전통 모델 사이의 절충이다.

04

NVIDIA Earth-2 · cBottle

2025

NVIDIA의 기후 디지털 트윈 플랫폼. 2025년 6월 공개된 cBottle은 과거 약 50년 대기 상태를 학습해 킬로미터 규모의 전 지구 기후 상태를 생성하는 생성형 모델이다.

주의: 이 도구들은 연구·개발 단계에 있으며, IPCC 평가의 공식 근거를 대체하지 않는다. SR1.5의 수치는 전통적 기후 모델과 영향 연구에서 나온 것이다.

05 · Downscaling

전 지구 격자를 ‘우리 동네’로 좁히기

전 지구 모델의 격자는 보통 수십~100km 단위다. 한 칸 안에 산과 바다, 도시와 논이 함께 들어간다. 이를 좁은 격자로 쪼개는 작업을 ‘상세화(downscaling)’라 한다. 방법은 크게 두 갈래다. 지역 기후 모델로 물리를 다시 푸는 역학적 상세화, 그리고 관측과 모델의 통계적 관계를 이용하는 통계적 상세화다.

한국에도 이미 그 결과물이 있다. 기상청 기후정보포털은 SSP 시나리오 기반 ‘남한상세 기후전망(1km)’을 공개한다. 기온·강수와 극한기후지수 27종을 2100년까지 제공하고, 이를 시군구 같은 행정구역 단위로도 집계해 보여준다. 여기에는 지형을 반영하는 한국형 PRISM, 분위수 보정(QDM) 같은 통계 기법이 쓰였다. 즉 ‘내 지역’ 전망은 AI 이전부터 통계로 만들어져 왔다.

AI가 더하는 것은 속도와 ‘분포’다. NVIDIA의 CorrDiff는 25km 해상도의 대기 상태를 2km로 내려 그리는 생성형 확산 모델로, 대만 주변을 대상으로 학습돼 학술지에 발표됐다(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2025). 흥미로운 점은 하나의 선명한 답이 아니라 가능한 세부 패턴들의 ‘확률 분포’를 생성한다는 것이다. 다만 CorrDiff는 주로 날씨 규모에서 검증된 기술이라, 이를 수십 년 기후 전망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별도의 검증이 필요한 일이다.

예시 · 가상의 시나리오 탐색

한 해안 도시의 기후 담당자가 이렇게 묻는다고 해 보자. ‘전 지구 온난화가 1.5°C에서 멈출 때와 2°C까지 갈 때, 우리 시의 폭염일수와 극한 강수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01

시나리오 생성

에뮬레이터로 두 온난화 수준에 해당하는 수백 개의 앙상블을 빠르게 만든다

02

지역 상세화

통계·AI 상세화로 도시 규모 격자로 좁힌다

03

분포로 읽기

‘며칠 늘어난다’가 아니라 ‘이 범위일 가능성이 높다’로 결과를 본다

04

공식 자료와 대조

기상청 표준 시나리오 등 공인 자료와 어긋나면 그 이유부터 따진다

위 흐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이며, 특정 기관의 실제 업무 절차나 결과가 아니다.

06 · Honest limits

선명한 지도일수록 한 번 더 의심하라

01

편향은 상속된다

에뮬레이터는 선생님(ESM 또는 재분석)을 흉내 낸다. 선생님이 몬순을 약하게 그리면 학생도 그렇다. 빠르다는 것은 더 정확하다는 뜻이 아니다.

02

학습 범위 밖은 어둡다

우리가 가장 궁금한 것은 아직 관측된 적 없는 2°C 세계다. 과거 기후로 학습한 모델이 그 세계를 얼마나 잘 외삽하는지는 여전히 활발한 연구 주제다.

03

숫자에는 범위가 붙어 있다

해수면 차이 ‘약 10cm’의 원문은 0.1m(0.04~0.16m), ‘중간 확신’이다. 범위와 확신도를 빼고 인용하면 과학이 아니라 구호가 된다.

04

해상도는 정확도가 아니다

1km 격자 지도는 1km 단위로 정확하다는 뜻이 아니다. 거친 모델의 불확실성은 상세화 과정에서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선명한 그림 뒤에 숨는다.

그렇다고 도구를 버릴 이유는 없다. 에뮬레이터와 AI 상세화의 가치는 ‘정답’을 주는 데 있지 않고, 더 많은 질문을 더 싸게 던지게 해주는 데 있다. 1.5°C와 2°C 사이의 수많은 경로, 그 경로마다의 불확실성 분포를 탐색하게 해 준다. 그 결과를 ‘예언’으로 읽지 않고 ‘조건부 전망’으로 읽는 태도만 지킨다면.

07 · A reader’s checklist

AI 기후 지도를 볼 때 던질 다섯 가지 질문

앞으로 ‘AI가 예측한 2050년 우리 동네’ 같은 지도는 더 자주, 더 그럴듯하게 등장할 것이다. 공유하거나 의사결정에 쓰기 전에 다음을 확인하자.

01

어떤 모델(또는 어떤 ESM을 흉내 낸 에뮬레이터)의 결과인가? 여러 모델의 앙상블인가, 하나인가?

02

어떤 시나리오(SSP)와 어떤 기간, 어떤 기준 연도 대비인가?

03

범위(불확실성 구간)가 함께 제시되는가, 아니면 한 개의 숫자만 있는가?

04

상세화는 통계적 방법인가, AI 생성 모델인가? 관측 자료로 검증했는가?

05

결과가 ‘예측’인가 ‘조건부 전망(이 시나리오라면)’인가?

관측 쪽에서 AI가 지구를 어떻게 실시간으로 읽는지는 실시간 지구 관측과 AI에서, 이 숫자들이 적응 정책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시리즈의 기후 적응과 AI에서 이어진다.

Every tenth of a degree counts

0.5°C는 소수점이 아니다.
누군가의 산호초이고, 여름이다.

AI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이 차이를 더 크게 외치는 것이 아니라, 더 가깝게 보여주는 것이다. 전 지구 평균을 내 도시의 여름으로, 하나의 숫자를 정직한 범위로. 그렇게 번역된 0.5°C는 더 이상 협상장의 소수점이 아니라, 지금 내릴 결정의 무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