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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 AI — 파리협정 10년 시리즈 1/7

1.5°C는
어떻게 측정되는가

‘올해 1.55°C’와 ‘장기 1.5°C’ 사이에서 AI가 하는 일. 한 해가 선을 넘었다는 뉴스와 아직 넘지 않았다는 과학 사이의 간극은 모순이 아니라, 지구의 체온을 재는 방법 그 자체다.

기후·데이터 관점 · 글 고승원

2024년은 1.5°C를 넘었다. 그런데 협정 목표는 아직 넘지 않았다.

2025년 1월,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약 1.55°C 높았다고 확인했다.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였고, 1.5°C를 넘은 첫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았다. 뉴스는 ‘1.5°C 마지노선 붕괴’를 외쳤다. 그런데 같은 발표문에 WMO는 굵게 이렇게 적었다. 한 해가 1.5°C를 넘었다고 파리협정 장기 목표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 목표는 한 해가 아니라 수십 년 단위로 측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1년 뒤 발표된 2025년 값은 1.44°C였다. 기후가 식은 것일까? 아니다. 3년 평균(2023~2025)은 1.48°C로 여전히 기록적이다. 숫자가 오르내리는 이유, 무엇을 기준으로 재는지, 누가 어떤 데이터로 계산하는지를 모르면 ‘넘었다’와 ‘안 넘었다’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파리협정 10년 시리즈의 첫 글은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1.5°C는 무엇을, 어떻게 재는 숫자인가. 그리고 그 측정의 사슬에서 AI는 어디에 들어와 있고, 어디까지는 들어오지 못하는가.

숫자로 보는 현실

1.55°C

2024년 한 해 전 지구 평균기온(산업화 이전 1850~1900 대비, ±0.13°C) — 관측 사상 최고

WMO, 2025

1.34~1.41°C

같은 시점의 ‘장기’ 온난화 수준 추정치 — 여러 방법의 중심값 범위

WMO State of the Global Climate 2024, 2025

1.37°C

2025년 인간이 일으킨 온난화 — 10년에 약 0.27°C씩 상승 중

Forster 외, ESSD, 2026

75%

2026~2030년 5년 평균이 1.5°C를 넘을 확률

WMO 10년 기후 전망, 2026

모두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 대비. 같은 해라도 기관·데이터셋·발표 시점에 따라 값이 조금씩 다르고, 각 값에는 불확실성 범위가 있다. 2026년 9월까지 공개된 자료 기준.

01 · The baseline

‘몇 도 올랐나’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

1.5°C는 절대 온도가 아니라 차이다. 무엇과의 차이인가. 파리협정 제2조는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라고만 적었다. 온도계가 전 지구에 충분히 깔린 적 없는 과거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니, 과학계는 관측이 쓸 만해지는 가장 이른 시기인 1850~1900년 평균을 대리 기준선으로 쓴다.

두 번째 질문은 ‘어떤 기간의 평균인가’다. IPCC 6차 평가보고서는 어떤 온난화 수준에 ‘도달했다’는 판정을 20년 평균으로 한다. 20년 평균이 처음으로 1.5°C를 넘는 구간의 가운데 해가 곧 ‘1.5°C 도달 연도’다. 그리고 IPCC는 개별 연도가 1.5°C를 넘는 것이 그 수준에 도달했다는 뜻은 아니라고 명시한다.

이 정의에는 불편한 부작용이 있다. 20년 평균의 가운데 해를 알려면 그 뒤 10년을 기다려야 한다. 순수하게 과거 관측만 쓰면, 우리는 1.5°C를 넘은 사실을 약 10년 늦게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의 장기 수준’을 앞당겨 추정하는 방법들이 필요해졌고, 이 지점에서 통계·모델·AI가 모두 동원된다.

한 해의 기온은 날씨에 가깝고, 20년의 평균은 기후다. 파리협정은 기후를 약속했다.

02 · Year vs. trend

같은 ‘지금’, 세 가지 숫자

아래 탭을 바꿔 보자. 한 해 값, 평균 기간을 늘린 값, 장기 온난화 수준 추정치는 모두 공식 발표된 숫자다. 틀린 숫자는 없다. 서로 다른 질문에 대한 답일 뿐이다.

2016년 (강한 엘니뇨)1.29°C

WMO, 2024

2020년1.27°C

WMO, 2024

2023년1.45°C

WMO, 2024

2024년 (엘니뇨 여파)1.55°C

WMO, 2025

2025년 (라니냐로 시작·종료)1.44°C

WMO, 2026

한 해 값은 엘니뇨·라니냐 같은 자연 변동을 그대로 싣고 출렁인다. 2024년만 1.5°C 선을 넘었고, 2025년은 라니냐 속에 다시 내려왔다.

막대 눈금: 0~2°C(산업화 이전 1850~1900 대비). 점선은 1.5°C(모바일에서는 숨김). 기관·데이터셋 조합·발표 시점에 따라 값이 다르며, 각 값에는 약 ±0.1°C 수준의 불확실성이 있다.

03 · Many thermometers

지구의 체온계는 하나가 아니다

WMO의 ‘1.55°C’는 한 기관이 잰 값이 아니다. 여러 독립 기관의 전 지구 기온 데이터셋을 모아 합친 값이다. 2024년 발표에는 6개(ECMWF, 일본기상청, NASA, NOAA, 영국 기상청·이스트앵글리아대 HadCRUT, Berkeley Earth), 2025년 발표에는 중국 CMST와 DCENT가 더해져 8개가 쓰였다.

재료는 비슷하다. 육지 관측소, 선박과 부이의 해수면 온도, 최근에는 위성. 하지만 빈칸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다르다. 관측이 없는 북극 바다를 비워 두는지, 통계로 채우는지, 물리 모델로 채우는지에 따라 같은 해도 0.1°C 이상 차이가 난다. 2024년의 경우 모든 데이터셋이 ‘역대 최고’에 동의했지만, 1.5°C를 넘었는지에는 갈렸다.

2024년, 데이터셋별 기온 편차 (1850~1900 대비)

Berkeley Earth

관측 · 통계 보간

1.62°C

ERA5 (Copernicus/ECMWF)

재분석 · 데이터 동화

1.60°C

HadCRUT5 (Met Office/UEA)

관측 · 가우시안 과정 보간

1.53°C

NASA GISTEMP

관측 · 공간 보간

1.47°C

NOAA GlobalTemp

관측 · 통계 재구성

1.46°C

WMO 종합

1.55°C

출처: 데이터셋별 값은 Carbon Brief ‘State of the climate 2024’(2025) 정리, 종합값은 WMO(2025, ±0.13°C). 점선 = 1.5°C, 눈금 0~2°C. NASA·NOAA만 1.5°C 아래였다. 데이터셋 버전 갱신에 따라 값은 소폭 바뀔 수 있다.

과학의 신뢰는 하나의 완벽한 측정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법이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생긴다.

04 · Signal and noise

엘니뇨는 파도, 온난화는 밀물

해변에서 물높이를 재는 사람을 떠올려 보자. 파도가 칠 때마다 수위는 오르내리지만, 몇 시간을 지켜보면 밀물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지구 평균기온도 같다. 온실가스가 만드는 꾸준한 상승(밀물) 위에 엘니뇨·라니냐, 화산 폭발, 태양 활동 같은 단기 변동(파도)이 얹힌다.

2024년의 기록에는 파도가 컸다. WMO는 2023년 중반부터 2024년 5월까지 이어진 엘니뇨가 단기 급등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2025년은 라니냐로 시작해 라니냐로 끝났는데도 세 번째로 더운 해였고, Copernicus는 이를 관측 사상 가장 더운 라니냐 해로 기록했다. 파도가 낮은 해에도 물높이가 높다는 것 — 그게 밀물의 증거다.

밀물의 속도도 빨라졌다. Forster 외의 2025년 지표 보고는 인간이 일으킨 온난화가 최근 10년간 10년에 약 0.27°C씩 오르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 사상 최고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과 함께 에어로졸(대기오염 입자)의 냉각 효과 감소를 꼽았다. 공기가 깨끗해지는 좋은 변화가, 그동안 가려져 있던 온난화를 드러내는 역설이다.

05 · Where AI fits

측정의 사슬에서 AI가 하는 네 가지 일

‘AI가 기후를 측정한다’는 말은 부정확하다. 측정은 온도계·부이·위성이 한다. AI는 그 측정값이 전 지구 평균이라는 하나의 숫자가 되기까지의 사슬 곳곳에서, 빈칸을 채우고 계산을 빠르게 하고 패턴을 찾는다.

01

빈칸 채우기 — 관측 공백 보간

19세기 바다와 극지, 오늘날에도 아프리카 내륙과 남극 일부는 관측소가 드물다. 빈칸을 비워 두면 평균이 틀어진다. 전통적으로는 크리깅·가우시안 과정 같은 통계 보간을 썼고, 최근에는 이미지 복원(inpainting)용 딥러닝이 이 빈칸을 채우는 데 쓰인다.

예: Kadow 외(Nature Geoscience, 2020)는 이미지 복원 신경망으로 HadCRUT4의 빈칸을 재구성했고, 1850~2018년 온난화 추세가 기존 추정보다 더 강하게 나타났다.

02

물리와 관측을 섞기 — 재분석

재분석은 과거의 날씨를 ‘다시 예보’하는 작업이다. 물리 기반 예보 모델에 위성·라디오존데·지상관측·항공기·부이 자료를 계속 흡수시켜(데이터 동화) 관측이 없는 곳까지 물리적으로 일관된 지도를 만든다. 핵심 엔진은 여전히 물리 모델과 변분법이다.

예: ERA5는 하이브리드 4D-Var 동화로 1940년부터 현재까지 시간 단위·약 31km 해상도의 전 지구 기록을 제공한다. WMO 연례 발표에 쓰이는 데이터셋 중 하나다.

03

재분석을 배운 AI — 기상 예측 모델

재분석이 수십 년 쌓이자, 그 기록 자체가 AI의 교과서가 됐다. 기계학습 기상 모델은 물리 방정식을 풀지 않고 과거 대기 상태의 변화 패턴을 학습해 며칠 뒤를 예측한다. 계산이 빠르고 에너지가 적게 든다.

예: GraphCast(Science, 2023)는 10일 예보를 1분 이내에 내며 1,380개 검증 지표의 90%에서 기존 최고 결정론적 예보를 앞섰다. ECMWF는 2025년 2월 25일 AI 예보 시스템 AIFS를 기존 물리 모델과 나란히 정식 운영에 투입했다.

04

신호와 소음 가르기 — 장기 수준 추정

‘지금 장기적으로 몇 도인가’는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과거 20년 평균은 10년 늦게 답하고, 한 해 값은 너무 출렁인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엘니뇨·화산·태양 변동을 걸러내거나, 온실가스·에어로졸 같은 원인별 기여를 계산해 ‘인간이 일으킨 온난화’를 추정한다. 이 영역의 주력은 여전히 통계·물리 기반 방법이며, 기계학습은 패턴 탐지와 보조 추정에서 쓰임새를 넓혀 가는 중이다.

예: ‘Indicators of Global Climate Change’(Forster 외) 연례 보고는 2025년 인간이 일으킨 온난화를 1.37°C로, 현 추세라면 2030년 무렵 1.5°C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네 가지를 이어 보면 흥미로운 구조가 보인다. AI 기상 모델은 재분석으로 학습하고, 재분석은 물리 모델과 관측으로 만들어진다. AI는 물리와 관측이 쌓아 올린 기록의 어깨 위에 서 있다. 그 기록이 흔들리면 AI도 흔들린다. 지구를 실시간으로 읽는 기술의 더 넓은 그림은 지구를 실시간으로 읽는 AI에서 다뤘다.

06 · Honest limits

AI는 관측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빈칸은 추정일 뿐

보간된 값은 주변 관측과 학습 데이터에서 나온 ‘그럴듯한 추정’이다. 관측소가 사라지면 AI의 추정도 근거를 잃는다. 관측망 유지는 AI 시대에 더 중요해진다.

과거에 없던 기후

기계학습은 본 적 있는 패턴에 강하다. 그러나 온난화는 정의상 과거에 없던 상태로 가는 과정이다. 학습 범위를 벗어난 극한에서는 물리 법칙에 기댄 모델의 검증이 여전히 필요하다.

판정은 사람의 합의

‘1.5°C에 도달했다’는 선언은 알고리즘이 내리지 않는다. 어떤 기준선·기간·데이터셋을 쓸지는 IPCC와 WMO 같은 과학계의 합의 절차로 정한다. AI는 그 판단의 재료를 더 빨리, 더 촘촘히 공급할 뿐이다.

07 · Myth-busting Q&A

파리협정, 흔한 오해 네 가지

Q1

파리협정은 프랑스의 협약이다?

아니다. 2015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돼 도시 이름이 붙었을 뿐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체제의 국제조약이며, 2016년 11월 4일 발효됐다.

Q2

목표는 ‘무조건 1.5°C’다?

조문(제2조)은 두 겹이다. 상승폭을 ‘2°C보다 훨씬 낮게 유지’하고 ‘1.5°C로 제한하도록 노력’한다. 다만 이후 과학(IPCC 1.5°C 특별보고서)과 당사국 결정이 1.5°C 쪽으로 무게를 옮겼고, 2025년 7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권고적 의견도 1.5°C를 당사국들이 합의한 주된 목표로 보았다. ‘무조건’은 틀리지만, ‘1.5°C는 곁가지’도 틀리다.

Q3

1.5°C는 2015년 대비다?

아니다. 기준은 ‘산업화 이전’이며, 과학계는 관측이 충분한 가장 이른 시기인 1850~1900년 평균을 대리 기준으로 쓴다. 협정 채택 시점에 이미 약 1°C가 올라 있었다. 기준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같은 해의 숫자가 달라지므로, 발표를 읽을 때 기준선부터 확인해야 한다.

Q4

1.5°C를 넘으면 끝이다?

아니다. 1.5°C는 안전과 파국을 가르는 절벽이 아니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목표선이다. IPCC 1.5°C 특별보고서(2018)에 따르면 산호초는 1.5°C에서 70~90%가 추가로 줄지만 2°C에서는 99% 이상이 사라지고, 2100년 해수면 상승은 1.5°C일 때 2°C보다 약 10cm 낮다. 0.1°C를 덜 올릴 때마다 피해가 줄어든다. 넘어선 뒤에도 노력은 무의미해지지 않는다.

0.5°C의 차이 — 1.5°C vs 2°C

산호초 추가 감소 (최대치)

1.5°C
70~90%
2°C
>99%

2100년 해수면 상승

약 10cm 더 낮다

1.5°C일 때, 2°C 대비

출처: IPCC 1.5°C 특별보고서 정책결정자용 요약(SR1.5 SPM B.2.1·B.4.2), 2018. 0.5°C가 만드는 차이는 시리즈의 ‘0.5°C의 비용’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읽기 →

08 · Ten years of 1.5°C

숫자와 기계가 함께 달려온 10년

2015.12

파리 COP21에서 파리협정 채택(12일)

2016.11

파리협정 발효(4일)

2018.10

IPCC 1.5°C 특별보고서 — 1.5°C와 2°C의 피해 차이 정리

2021.08

IPCC 6차 보고서(WG1) — 온난화 수준은 20년 평균으로 판정

2023.11

GraphCast, Science 게재 — AI 기상 예측의 전환점

2025.01

WMO, 2024년 약 1.55°C 확인 — 첫 ‘1.5°C 초과’ 연도

2025.02

ECMWF, AI 예보 시스템 AIFS 정식 운영

2025.07

ICJ 기후변화 권고적 의견 — 1.5°C를 주된 목표로 해석

2026.01

WMO, 2025년 1.44°C · 2023~2025년 평균 1.48°C 발표

2026.06

Forster 외, 2025년 인간 유발 온난화 1.37°C 추정

앞으로의 전망은 냉정하다. WMO의 2026년 10년 기후 전망은 2026~2030년 중 적어도 한 해가 1.5°C를 넘을 확률을 91%, 5년 평균이 1.5°C를 넘을 확률을 75%로 봤다. 한 해가 2°C를 넘을 확률은 1% 미만이다. Copernicus는 현재 추세라면 장기 온난화가 이번 10년 말에 1.5°C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언제 넘느냐’만큼 ‘얼마나 넘고, 얼마나 빨리 되돌리느냐’가 중요해진다. 각국이 약속한 감축 목표를 AI로 추적하는 이야기는 시리즈의 NDC 감시와 AI에서 이어진다.

Read the tide, not the wave

한 해의 숫자에 놀라지 말고,
추세의 기울기를 읽어라.

1.55°C는 경고였고, 1.44°C는 안도할 이유가 아니었다. 두 숫자 모두 같은 밀물 위의 파도다. AI는 그 밀물을 더 빨리, 더 촘촘히 보여 주는 도구가 되고 있지만, 물높이를 바꾸는 것은 결국 배출을 줄이는 사람들의 결정이다. 측정이 정확해질수록 핑계는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