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재원과 AI
선진국의 돈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파리협정의 세 번째 축은 돈이다. 약속된 액수는 해마다 커지는데, 그 돈이 무엇을 바꿨는지는 여전히 흐릿하다. AI는 이 흐릿함을 걷어낼 수 있을까 — 그리고 어디서 멈춰야 할까.
2026년 9월 · 읽는 시간 약 14분 · 글 고승원
01 · The third pillar
감축, 적응, 그리고 돈
파리협정 2조는 세 가지 장기 목표를 나란히 적는다. 기온 상승을 2°C보다 훨씬 낮게 억제하고 1.5°C로 제한하도록 노력할 것, 기후 영향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울 것, 그리고 재원 흐름을 저탄소·기후회복력 경로와 일치시킬 것.
앞의 두 목표가 ‘무엇을 할지’라면 세 번째는 ‘누가 비용을 댈지’다. 협정은 이를 두 조항으로 구체화한다. 9조는 선진국이 개도국의 감축과 적응을 돕기 위해 재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적응과 감축 사이의 ‘균형’을 요구한다. 10조는 기술 개발과 이전을 다룬다. 돈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쓸 기술과 역량이 함께 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 축은 늘 가장 정치적이었다. 역사적으로 배출을 많이 한 나라와 피해를 먼저 입는 나라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논쟁의 초점은 조금씩 옮겨 왔다. 처음엔 ‘얼마나’였고, 이제는 ‘어떤 돈이, 어디에, 무엇을 바꿨는가’다. 이 질문이 바로 AI가 끼어들 자리다.
기후 재원의 문제는 돈이 부족하다는 것만이 아니다. 그 돈이 무엇을 바꿨는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02 · By the numbers
숫자로 보는 기후 재원
1,159억 $
2022년 선진국이 개도국에 제공·동원한 기후 재원 — 연 1,000억 달러 목표를 처음 넘긴 해(목표 시점보다 2년 늦음)
OECD, 2024
1,367억 $
2024년 같은 기준의 기후 재원 — 3년 연속 1,000억 달러 초과
OECD, 2026
67%
2024년 공적 기후 재원 중 ‘갚아야 하는 돈’, 즉 대출의 비중
OECD, 2026
3,000억 $
COP29(바쿠)가 정한 신규 집단 정량 목표(NCQG) — 2035년까지 ‘최소’ 연간, 선진국 주도
UNFCCC 결정 CMA.6, 2024
3,100~3,650억 $
2035년 개도국의 연간 적응 재원 수요 추정 — 현재 국제 공적 적응 재원(2023년 260억 달러)의 12~14배
UNEP 적응격차보고서, 2025
8.2억 $
손실과 피해 기금(FRLD)에 약정된 총액 — 실제 납입은 약 4.5억 달러에 그친다
Climate Home News, 2026
주: 기후 재원 집계는 무엇을 ‘기후 재원’으로 보느냐(대출 액면가 포함 여부, 기후 목적의 비중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기관·연도별 수치는 서로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03 · A timeline of promises
1,000억에서 1.3조까지, 약속의 연대기
목표는 늘 커졌고, 달성은 늘 늦었다. 그리고 목표가 커질 때마다 ‘무엇을 세느냐’의 범위도 함께 넓어졌다.
2009
COP15 · 코펜하겐
‘2020년까지 연 1,000억 달러’
코펜하겐 합의(Copenhagen Accord)에서 선진국이 2020년까지 다양한 재원으로 연 1,000억 달러를 공동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듬해 칸쿤 합의가 이를 공식 문서로 받아들이고 녹색기후기금(GCF) 설립을 결정했다.
2015
COP21 · 파리
협정 9조·10조, 목표 2025년까지 연장
파리협정은 2조 1항(c)에서 ‘재원 흐름을 저탄소·기후회복력 경로와 일치시킨다’를 세 번째 목표로 두고, 9조에서 선진국의 재원 제공 의무를, 10조에서 기술 개발·이전을 규정했다. 채택 결정문은 1,000억 달러 목표를 2025년까지 이어가고, 그 전에 이를 하한으로 하는 새 목표를 정하도록 했다.
2022
COP27 · 샤름엘셰이크
손실과 피해 기금 설립 합의
30년 넘게 이어진 취약국의 요구 끝에, 적응으로도 막을 수 없는 피해를 위한 별도 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같은 해 선진국의 기후 재원은 1,159억 달러로 처음 목표를 넘었다(OECD가 2024년 발표).
2023
COP28 · 두바이
기금 운영화 — 개막 첫날 타결
손실과 피해 기금(FRLD)의 운영 방식이 총회 첫날 합의되며 약정이 이어졌다. 다만 약정과 실제 납입 사이의 간극은 이후로도 계속 문제가 된다.
2024
COP29 · 바쿠
NCQG: 연 3,000억 달러, 그리고 1.3조 달러
2035년까지 선진국 주도로 ‘최소 연 3,000억 달러’를 개도국에, 그리고 모든 주체가 함께 ‘최소 연 1.3조 달러’로 확대하자는 두 층위의 목표가 채택됐다. 공적·민간·양자·다자·대안 재원을 모두 포함하는 구조라, 다수 개도국과 시민사회는 액수와 질 모두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2025
COP30 · 벨렝
적응 재원 ‘최소 3배’, 로드맵 ‘유의’
2035년까지 적응 재원을 최소 3배로 늘리도록 노력하자는 문구가 들어갔고, ‘바쿠에서 벨렝까지 1.3조 달러 로드맵’ 보고서는 유의(take note)되는 데 그쳤다. 손실과 피해 기금은 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첫 공모(BIM)를 열었다.
2026
OECD 보고서
3년 연속 초과, 그러나 67%는 대출
OECD는 2023년 1,328억 달러, 2024년 1,367억 달러로 3년 연속 목표를 넘었다고 집계했다. 동시에 저소득국으로 간 몫은 2024년 96억 달러에 그쳤고, 적응은 전체의 약 4분의 1이었다.
출처: UNFCCC(코펜하겐 합의·파리 결정문 1/CP.21·NCQG 결정 CMA.6), OECD(2024·2026), Carbon Brief·WRI(COP30 결과, 2025), FRLD(BIM, 2025).
04 · Follow the money
1달러가 개도국에 닿기까지
총액만 보면 약속은 지켜지고 있다. 그러나 돈을 형태·용도·도착지로 쪼개 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네 단계를 따라가 보자.
01
얼마가 나갔나
막대는 각 단계 안에서의 상대 크기다. 3,000억 달러는 2024년 실적의 약 2.2배다.
02
어떤 형태로
대출은 원리금으로 되돌아온다. 이미 부채가 무거운 나라엔 ‘지원’이 새 부담이 되기도 한다.
03
무엇에 쓰였나
감축 사업은 수익이 나 대출·민간 자금이 붙기 쉽고, 적응은 공공재라 돈이 덜 모인다. 협정 9조 4항은 둘의 ‘균형’을 요구한다.
04
어디에 닿았나
가장 취약한 나라일수록 사업을 만들고 심사를 통과할 행정 역량이 부족해 돈이 덜 닿는다.
출처: OECD, Climate Finance Provided and Mobilised by Developed Countries in 2013–2024 (2026). 감축 비중은 OECD의 ‘거의 3분의 2’ 서술을 근사한 값. 저소득국 외 금액은 총액에서 뺀 단순 계산.
같은 해, 두 개의 숫자 — 2022년
100 / 100
OECD 집계는 대출을 액면가로, 기후 목적이 일부만 섞인 사업도 상당 부분 포함해 센다. 약속 이행 여부를 판정하는 공식 숫자다.
출처: OECD(2024) · Oxfam, Climate Finance Shadow Report 2025. 실질 가치는 방법론에 따라 달라지는 추정치다.
05 · The fault lines
세 가지 오래된 논쟁
01
대출인가, 무상인가
공적 기후 재원의 약 3분의 2가 대출이다. 대출은 재생에너지 발전소처럼 수익이 나는 사업엔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제방·조기경보처럼 수익이 없는 적응 사업, 이미 부채가 무거운 저소득국에까지 대출을 쓰면 ‘기후 지원’이 부채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NCQG 협상에서도 개도국은 무상·양허성 재원의 명시적 비중을 요구했지만 결정문에 수치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02
이중계상
같은 돈이 두 번 세어지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기존 개발원조(ODA)를 기후 재원으로 다시 표시하는 경우, 기후 목적이 일부뿐인 사업을 전액 기후 재원으로 잡는 경우, 그리고 탄소 크레딧의 감축 실적을 판매국과 구매국이 모두 자기 성과로 주장하는 경우다. 마지막 문제를 막기 위해 파리협정 6조는 국가 간 감축 실적을 옮길 때 ‘상응조정’으로 한쪽 장부에서 빼도록 한다.
03
무엇이 ‘효과’인가
감축은 톤(tCO₂e)이라는 공통 단위가 있다. 적응과 손실·피해에는 그런 단위가 없다. 그래서 측정하기 쉬운 감축 사업으로 돈이 쏠리고, 측정하기 어려운 적응은 뒤로 밀린다. 적응 재원이 전체의 약 4분의 1에 머무는 것도, 2035년 적응 수요가 현재 흐름의 12~14배라는 추정(UNEP, 2025)도 이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측정할 수 있는 것에 돈이 몰린다. 그렇다면 측정의 도구를 바꾸면 돈의 방향도 바뀔 수 있다.
06 · Where AI fits
AI가 들어갈 세 자리
기후 재원의 한 주기는 ‘어디에 줄지 고르고 → 제대로 쓰였는지 확인하고 → 투자자와 시민에게 알린다’로 요약된다. AI는 세 단계 모두에 들어갈 수 있지만, 성숙도는 제각각이다.
A
고르기 — 효과 예측과 우선순위
기후 기금은 매년 수많은 사업 제안서를 받는다. 기계학습은 과거 사업의 성과 평가, 위성으로 본 지역의 변화, 기후 위험 지도, 인구·빈곤 데이터를 엮어 ‘비슷한 조건의 사업이 과거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가’를 추정할 수 있다. 감축이라면 달러당 감축량, 적응이라면 위험에 노출된 인구 대비 보호 효과 같은 지표다.
예시
가상의 해안 도시 두 곳이 같은 금액의 적응 사업을 신청했다고 하자. 모델은 한쪽의 홍수 기록·지형 데이터가 풍부해 ‘효과 높음, 불확실성 낮음’을, 다른 쪽은 관측 공백 때문에 ‘효과 불명, 불확실성 높음’을 낸다. 점수만 따르면 첫 번째가 이긴다. 그러나 더 취약한 쪽은 데이터조차 없는 두 번째일 수 있다.
그래서 이 단계의 AI는 순위를 매기는 기계가 아니라 근거를 정리하는 도구여야 한다. 예측값과 함께 불확실성, 사용한 데이터의 빈 곳, 그리고 모델이 보지 못한 요인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
B
확인하기 — 위성 MRV와 그린워싱 탐지
MRV는 측정(Measurement)·보고(Reporting)·검증(Verification)이다. 예전엔 현장 방문과 서류가 전부였지만, 지금은 위성과 기계학습이 상당 부분을 대신한다. 메릴랜드대 GLAD 연구실의 산림 교란 경보는 Landsat(30m, 약 8일 주기)과 Sentinel-2(10m) 영상으로 열대림 손실을 거의 실시간으로 표시하고, 2026년 1월부터는 산림 밖 식생까지 포괄하는 경보가 통합됐다(Global Forest Watch, 2026). 위성 300여 기와 센서 1만 1,000여 개의 데이터를 AI로 엮어 시설 단위 배출을 추정하는 독립 인벤토리(Climate TRACE)도 매달 갱신된다.
이 도구들이 가장 극적으로 쓰인 사례가 산림 보전 탄소 크레딧(REDD+) 검증이다. 2023년 『사이언스』에 실린 West 등의 연구는 6개국 26개 사업지를 위성 기반 합성통제법으로 분석했고, 기준선 자료가 충분한 18개 사업에서 실제 감축과 연결되는 크레딧은 약 6%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사업자들이 ‘사업이 없었다면 숲이 이만큼 사라졌을 것’이라고 잡은 기준선이 과장됐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결과 자체도 논쟁 중이다. 최대 인증기관 Verra는 비교 지역이 너무 적다며 방법론을 반박했고, 연구의 오류를 지적하는 반론 논문도 나왔다. 역설적으로 이것이 AI 검증의 올바른 모습이다. 위성과 알고리즘은 ‘정답’을 주는 게 아니라, 공개된 방법으로 반박하고 재검증할 수 있는 판을 만든다.
C
알리기 — 기후 리스크 공시 분석
협정 2조 1항(c)의 ‘재원 흐름의 일치’는 공적 원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 기후 재원은 2023년 약 1.9조 달러로 집계됐고(CPI, 2025), 대부분은 민간과 국내 자금이다. 이 돈이 어디로 가는지 보려면 기업과 금융기관의 공시를 읽어야 한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2023년 6월 발표한 IFRS S2는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 분석을 공시하도록 하는 기준이며, 여러 나라가 자국 기준으로 도입하고 있다.
공시가 늘수록 사람이 다 읽을 수 없는 분량이 된다. 언어모델은 여기서 실용적이다. 전환 계획의 목표 연도와 중간 목표를 추출하고, 작년 보고서와 비교해 슬그머니 바뀐 전제를 찾고, ‘넷제로’를 말하면서 설비투자 계획은 화석연료 확장인 불일치를 표시할 수 있다. 위성 배출 추정과 자진 공시를 대조하면 그린워싱 탐지의 정밀도는 더 올라간다.
07 · What AI can and cannot verify
AI가 확인할 수 있는 것, 없는 것
대략의 원칙은 이렇다. 물리적으로 관측 가능한 것은 AI가 강하다. 반사실(‘없었다면’)은 추정만 가능하다. 그리고 공정성과 책임의 문제는 애초에 계산의 영역이 아니다.
| 질문 | 판정 | 근거와 한계 |
|---|---|---|
| 사업 부지의 산림이 실제로 사라졌는가 | 검증 가능 | Landsat(30m, 약 8일 주기)·Sentinel-2(10m) 영상 기반 교란 경보처럼, 위성+기계학습은 수림 손실을 거의 실시간으로 잡아낸다. 구름·레이더 보정이 필요한 곳은 있어도 ‘있었는가/없었는가’는 강하다. |
| 시설·발전소가 실제로 가동하고 배출하는가 | 검증 가능 | 위성 수백 기와 지상 센서를 AI로 결합해 시설 단위 배출을 추정하는 독립 인벤토리가 이미 공개돼 있다. 자진 신고치와 대조하는 ‘두 번째 눈’으로 쓸 수 있다. |
| 공시·보고서의 주장이 서로 모순되는가 | 검증 가능 | 언어모델은 수천 쪽의 기후 공시에서 목표·수치·전제를 뽑아 연도별·기업별로 비교하고, 모호한 표현이나 빠진 항목을 표시하는 데 능하다. 판정이 아니라 ‘검토할 곳 찾기’로 쓸 때 가장 유용하다. |
| 사업이 없었다면 무슨 일이 있었을까(추가성) | 부분적 | 합성통제법 같은 반사실 추정으로 기준선을 세울 수 있지만, 비교 지역 선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REDD+ 크레딧 과대평가 논쟁 자체가 이 추정의 불확실성에서 시작됐다. |
| 적응 사업이 피해를 얼마나 줄였는가 | 부분적 | 피해 모델과 재난 기록으로 추정은 가능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피해’는 관측되지 않는다. 기록이 촘촘한 나라일수록 추정이 좋아지는 구조적 편향도 있다. |
| 이 돈이 ‘새롭고 추가적인’ 돈인가 | AI의 몫 아님 | 기존 개발원조를 기후 재원으로 다시 표시했는지는 위성에도, 모델에도 보이지 않는다. 기준(무엇과 비교해 ‘추가’인가)을 정하는 것은 정치적 합의의 문제다. |
| 대출 조건이 공정한가 | AI의 몫 아님 | AI는 금리·만기·증여 요소를 계산해 줄 수 있지만, 부채에 시달리는 나라에 어떤 조건이 ‘정의로운지’는 계산 문제가 아니다. |
| 누구에게 먼저 줘야 하는가 | AI의 몫 아님 | 우선순위 모델은 선택지를 정리할 뿐이다. 취약성·역사적 책임·주권을 어떻게 저울질할지는 모델이 아니라 당사국과 피해 공동체가 정해야 한다. |
08 · The other side
알고리즘이 배분을 정할 때 생기는 세 가지 위험
01
데이터 편향
관측소·재난 기록·통계가 촘촘한 나라일수록 모델이 자신 있게 ‘효과 있음’을 말한다. 기록이 빈약한 최빈국과 소도서국은 불확실성 때문에 불리해진다. 저소득국으로 간 돈이 2024년 96억 달러에 그친 현실에 알고리즘이 또 하나의 장벽을 얹을 수 있다.
02
배분의 공정성
‘달러당 감축량 극대화’는 효율적으로 들리지만, 싸게 줄일 수 있는 중소득국 대형 사업으로 돈을 몰아준다. 취약성·역사적 책임·형평을 목적함수에 어떻게 넣을지는 기술이 아니라 가치의 선택이며, 그 선택은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03
책임의 공백
모델이 추천한 사업이 실패하면 누가 책임지는가. ‘알고리즘이 그렇게 판단했다’는 말은 결정을 내린 사람을 지운다. 모델의 버전, 입력 데이터, 최종 결정자와 그 근거가 기록되고, 수원국이 이의를 제기할 통로가 있어야 한다.
손실과 피해 기금에 약정된 8.2억 달러 중 납입된 돈은 약 4.5억 달러다. 대형 재난 한 번의 피해액에도 한참 못 미치는 규모다. 돈이 이만큼 모자랄 때, 알고리즘의 효율은 누구를 먼저 탈락시킬지를 정하는 기술이 되기 쉽다.
출처: OECD(2026), Climate Home News(2026).
09 · Principles
기후 재원에 AI를 쓸 때의 다섯 원칙
01
숫자보다 ‘실질 가치’를 먼저 본다
액면가 대출과 무상 지원을 같은 1달러로 세지 않는다. 증여 등가(grant-equivalent) 기준을 병기하는 것만으로도 논쟁의 절반이 투명해진다.
02
모델은 추천하고, 사람은 결정한다
효과 예측 점수는 배분 회의의 입력값이지 결론이 아니다. 누가 어떤 근거로 최종 결정을 내렸는지 기록이 남아야 책임을 물을 수 있다.
03
데이터가 없는 곳을 ‘효과 없음’으로 읽지 않는다
관측망이 빈약한 나라는 모델에서 불확실성이 크게 나오고, 불확실한 사업은 뒤로 밀리기 쉽다. 데이터 공백 자체를 지원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04
검증 결과를 공개한다
위성 판독과 모델 추정의 방법·코드·불확실성을 공개해야 반론이 가능하다. REDD+ 논쟁이 생산적이었던 이유도 방법이 공개돼 반박과 재검증이 오갔기 때문이다.
05
받는 쪽이 검증에 참여한다
현장 공동체와 수원국 기관이 데이터를 만들고 해석하는 과정에 들어가야 한다. 멀리서 내려다보는 검증만으로는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를 알 수 없다.
돈의 크기보다,
돈이 바꾼 것을 세야 한다.
파리협정 10년, 기후 재원의 숫자는 커졌지만 신뢰는 그만큼 자라지 않았다. AI는 숲이 사라졌는지, 공장이 돌아가는지, 보고서가 서로 모순되는지를 전보다 훨씬 싸고 빠르게 확인해 준다. 그 능력은 선진국의 약속을 검증하는 데에도, 개도국의 성과를 입증하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다. 다만 누가 먼저 받아야 하는지, 어떤 조건이 정의로운지는 여전히 사람이 공개적으로 답해야 할 질문이다. 좋은 도구는 그 질문을 피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더 정직하게 마주하게 해 준다.